동물과 사람은 많은 병원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100년간 인체에 감염된 병원체 중 61%가 인수공통감염병이며, 이 중 약 75%는 야생동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축에 감염되는 병원체 역시 77%가 야생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숙주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은 병원체의 유지 숙주이자 감염원으로 작용하며, 때때로 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어 병원체를 전파할 수도 있습니다(spillover).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면 신종 감염병 출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2003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2009년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 2013년 서아프리카 에볼라(Ebola) 바이러스, 2015년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2019년 코로나-19(COVID-19) 등은 동물 유래 병원체가 사람으로 전파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야생동물 질병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의 공동 과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 이후 단 4년을 제외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인수공통질병은 아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도 2019년 이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동물 질병 역학조사(outbreak investigation), 검역, 진단, 방역, 예찰(surveillance) 등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야생동물 질병 전문 인력 양성 특성화대학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원대학교는 이 취지에 공감하여 2024년 9월 12일 협약을 체결하고, 수의과대학 교수진 및 국내외 관련 전문 기관과의 협력 아래 다양한 교육·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본 사업에서 운영하는 야생동물 질병 교육과정에 등록한 대학원생에게는 등록금 전액과 논문 발표에 따른 성과 기반의 연구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필오버와 인수공통질병의 중요성은 국제보건규약(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 IHR)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병원체를 위험 요인으로만 인식하기보다는 그 생태와 질병 발생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One Health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스필오버된 병원체가 항상 새로운 숙주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전파 과정의 여러 단계에는 병원체의 확산을 멈출 수 있는 차단 지점(stop-go point)과 변곡점(reflection point)이 존재하며, 이를 이해하고 개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질병 대응에 핵심이 됩니다.
야생동물 질병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원-헬스(one health) 기반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초석입니다.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에 창의성이 넘치는 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도전을 기대합니다. 강원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전국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더욱 도약하겠습니다.
특성화 사업 총괄 책임자
박선일 교수